
같은 건물에 같은 진료과 의원이 둘셋씩 있는 시대입니다. 장비도 비슷하고, 진료 항목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합니다. 홈페이지를 열면 사진과 문구까지 비슷합니다. 환자 눈에는 다 같은 병원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부분은 틀린 방향으로 먼저 갑니다.
튀는 것과 다른 것
가장 쉽게 택하는 방법이 튀는 것입니다. 색을 강하게 쓰고, 이벤트를 걸고, 경쟁 병원에 없는 장비 이름을 앞세웁니다. 효과는 있지만 오래가지 않습니다. 옆 병원이 같은 장비를 들이고 같은 이벤트를 하면 차이가 사라집니다. 장비는 돈으로 살 수 있고, 이벤트는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예전 칼럼에서 인용한 『본질의 법칙』은 이를 현상의 차별화라고 부르고, 필요한 것은 본질의 차별화라고 말합니다. 눈에 띄려는 차이가 아니라, 이 일을 왜 하는지에서 나오는 차이입니다. 현상의 차별화는 경쟁 병원이 하는 것을 보고 정하고, 본질의 차별화는 자기 안을 보고 정합니다.
차이는 원장에게서 나옵니다
진료과목과 장비는 다른 병원이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 할 수 없는 것은 그 병원의 원장입니다. 왜 이 진료를 택했는지, 어떤 환자를 볼 때 가장 힘이 나는지, 진료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는 원장마다 다릅니다. 수술을 권하지 않는 기준, 설명에 쓰는 시간,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다 다릅니다.
앤씨컨설팅의 브랜딩은 그래서 원장과의 워크숍에서 시작합니다. 원장의 강점, 가치관, 진료 철학을 꺼내 놓고 그것을 하나의 핵심으로 좁혀 나갑니다. 원장을 잘 아는 가족이나 오래 함께 일한 직원이 함께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남에게는 가장 큰 차이로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원장이 말하는 대목에 차이가 숨어 있습니다.
같은 말을 모든 곳에서 합니다
핵심이 정해지면 그것을 이름, 슬로건, 디자인, 홈페이지, 공간, 상담 말투까지 같은 말로 옮깁니다. 환자가 광고에서 본 병원과 전화로 들은 병원, 직접 와서 본 병원이 같아야 합니다. 홈페이지는 "충분한 설명"을 말하는데 접수대에서 3분 만에 끝나면, 차이는 거짓말이 됩니다.
차이는 한 번의 강한 인상이 아니라, 어디서 만나도 같은 병원이라는 반복에서 생깁니다. AI도 같은 방식으로 병원을 봅니다. 홈페이지, 기사, 리뷰, 영상에서 같은 말이 반복되는 병원을 AI는 하나의 분명한 병원으로 인식합니다. 곳마다 다른 말을 하는 병원은 AI에게도 흐릿합니다.
환자에게 남는 것
환자는 진료과목으로 병원을 찾지만, 기억은 다른 것으로 합니다. "설명을 끝까지 해 주는 곳", "수술을 먼저 권하지 않는 곳",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는 곳"처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병원이 소개됩니다. 소개는 진료과목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 한 문장으로 합니다.
그 한 문장이 무엇인지 병원이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병원이 모르면 환자가 대신 정하는데, 그 문장은 병원이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해 볼 수 있는 것
- 직원에게 "우리 병원은 어떤 병원인가"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게 합니다. 답이 제각각이면 병원 안에서도 핵심이 정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 환자가 소개할 때 뭐라고 하는지 접수대에서 물어봅니다. 소개로 온 환자에게 "뭐라고 듣고 오셨어요"라고 묻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홈페이지 첫 화면의 문구가 옆 병원 홈페이지에 그대로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면, 그 문구는 차이가 아닙니다.
차이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미 있는 것을 한 문장으로 정하고, 그 문장을 어디서나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