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병원을 추천하는 여섯 조건 가운데 첫 번째는 읽힘입니다. 나머지 다섯은 홈페이지가 읽힌 뒤에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건은 병원에서 가장 확인하지 않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홈페이지는 눈으로 보면 멀쩡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홈페이지를 화면으로 봅니다. AI와 검색엔진은 화면을 보지 않고 그 뒤의 코드를 읽습니다. 사람 눈에 잘 만든 홈페이지가 AI에게는 빈 페이지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디자인이 좋은 것과 읽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AI는 홈페이지를 어떻게 읽나
AI 회사와 검색엔진은 봇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보내 홈페이지를 읽어 갑니다. 봇은 먼저 홈페이지의 설정 파일(robots.txt)을 열어 읽어도 되는지 확인하고, 페이지 목록 파일(sitemap.xml)을 보고 어떤 페이지가 있는지 파악한 뒤, 페이지를 하나씩 열어 코드 속의 글자를 가져갑니다.
이때 봇이 가져가는 것은 글자뿐입니다. 사진 속의 글자, 화면이 다 뜬 뒤에 따로 불러오는 글, 버튼을 눌러야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가져가지 못합니다. 봇이 가져간 글자가 없으면 그 페이지는 AI에게 빈 페이지입니다.
AI가 읽지 못하는 홈페이지
- 진료 안내와 의료진 소개가 통째로 이미지인 경우. 디자인 업체가 예쁘게 만든 안내문을 그림 파일로 올리는 일이 많습니다. 글자가 그림 안에 있으면 AI는 읽지 못합니다.
- 화면이 뜬 뒤 한참 지나서야 글이 나타나는 경우. 봇은 기다리지 않고 건너뜁니다.
- 페이지마다 제목과 설명이 똑같은 경우. 모든 페이지의 제목이 병원 이름 하나로 되어 있으면 어떤 페이지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 설정 파일이 AI 봇의 방문을 막고 있는 경우. 제작 당시 기본값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검색엔진 봇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막아 둔 경우입니다.
- 휴대폰에서 글자가 잘리거나 화면이 밀리는 경우. 구글은 휴대폰 화면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병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인터메이저가 국내 기업 홈페이지 403곳을 AI 대응 기준으로 진단한 결과, 평균은 63점이었고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곳은 10.4%였습니다. 페이지의 내용을 기계가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한 곳은 절반이 안 됐습니다. 대부분의 홈페이지가 아직 사람 눈에만 맞춰져 있다는 뜻입니다.
병원 홈페이지는 이 평균보다 나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진과 이미지 배너가 많고, 몇 년 전에 만든 뒤 손대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 나쁜 쪽에 가깝습니다.
병원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
- 홈페이지의 진료 안내 문장을 마우스로 긁어 봅니다. 긁히지 않으면 이미지입니다. 의료진 소개, 진료시간, 오시는 길도 같은 방법으로 확인합니다.
- 홈페이지 주소 뒤에 /robots.txt 를 붙여 열어 봅니다. 여기에 Disallow: / 가 있으면 봇의 방문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GPTBot, ClaudeBot 같은 이름 아래에 Disallow가 있으면 AI 봇만 막고 있는 것입니다.
- 주소 뒤에 /sitemap.xml 을 붙여 봅니다. 열리지 않으면 페이지 목록을 봇에게 알려 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구글의 PageSpeed Insights에 주소를 넣으면 속도와 검색엔진 최적화 점수가 무료로 나옵니다.
- 휴대폰으로 첫 화면이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 봅니다. 3초를 넘으면 느린 편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제작 업체 없이 원장이나 직원이 10분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치는 순서
글자를 이미지에서 꺼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안내문을 그림으로 올렸다면 같은 내용을 글로 다시 적습니다. 그다음이 속도입니다. 대개 사진 용량이 원인이라 사진을 줄이는 것만으로 크게 좋아집니다. 그다음이 페이지마다 제목과 설명을 따로 쓰는 일입니다. 디자인을 새로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홈페이지를 통째로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다만 글자를 꺼내고 속도를 줄이는 작업조차 제작 업체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라면, 그때는 소유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앤씨컨설팅도 같은 기준으로
저희도 올해 홈페이지를 같은 기준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글자를 글자로 넣고, 페이지마다 제목과 설명을 따로 쓰고, AI 봇이 읽을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구글 라이트하우스로 잰 데스크톱 성능 점수는 98점입니다. 병원에 권하는 기준을 저희가 먼저 지키고 있습니다.
읽힘은 화려한 조건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조건이 안 되어 있으면 뒤의 다섯 가지에 쓰는 돈이 전부 헛돈이 됩니다.